[김현탁 칼럼] 친일과 반일의 허상 - (김현탁 한국현대문학연구소장 문학박사, 소설가)
- 김현탁
- 기사입력 2019.07.25
최근 들어 한국 대법원에서 일제강점기 때 징용에 대한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이한국으로 수출하는 반도체 제품에 대해 규제를 강화했다. 정부와 국민은 그 부당성에 항의하며 급기야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에 불을 붙였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잘 알다시피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나라이면서 통상교류도 활발했다. 하지만 일본은 임진왜란을 비롯, 36년간 대한민국을 속국으로 지배해온 역사적 과오를 안고 있다. 일제 강점기이후 외세에 의해 대한민국은 해방이 되었고 국민은 잔혹한 일제 강점기 저질렀던 만행에 대한 보상과 배상을 요구해왔고 나름대로 과거를 종식한다는 의미에서 합의도 했다. 합의의 저변에는 경제대국이 된 일본의 지배력을 무시할 수 없는 뼈저린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상황이 숨어있으리라 짐작된다.
그런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과거의 합의에 대해 부정을 하고 재협상을 요구했다. 일본은 국제법 운운 하면서 단호히 거부했고 급기야 경제전쟁을 선언했다. 누가 이길 것인가, 체력의 싸움도 지구력의 싸움도 아니다. 대한민국은 현재의 상황에서는 이길 수 없다고 본다. 축구경기나 야구경기가 열렸을 때 단순히 경기에 이기는 승자가아니라 반일의 감정까지 겹쳐 일본만은 꺾어야 한다고 우렁찬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그 결과에 있어서도 완전한 승리는 없었다. 특별히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는 대한민국이 앞선 것이 별로 없다.
자, 그러면 우리는 언제까지 반일감정에 매몰되어 있어야 하는 것일까, 물론, 잊어버리자는 얘기는 아니다. 인간의 행복에는 정신적인 행복도 있지만 가장 으뜸인 것은 먹고사는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먹고 사는 문제는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조선시대에 이어 근대에 이르기까지 조상들은 피땀 흘려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온 힘을 다해 왔다. 그래서 요즈음은 ‘좀 먹고 살만하다’는 말이 나오고, 못사는 나라에서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나라가 되었다. 더불어 물질의 풍부함과 문화의 향유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일본이 이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총을 들었다. 일명 ‘확’깨는 대침을 주었다고 할까. 화들짝 놀란 대한민국은 부족한 기술력과 경제력을 키워야 한다는 절박한 현실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수 세기의 역사 속에 일본이 대한민국을 수없이 침략한 것도 힘의 원리이다. 겉으론 세계의 질서가 약육강식이 없어 보이지만 엄연히 존재한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로 평화를 위한 목적이라는 교묘한 논리로 각국의 분쟁에 뛰어들고 경제력이 커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무역전쟁도 불사하고 있다. 그 힘 앞에서 약소국은 기 한번 펴지 못하고 결국은 굴복해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음식점이 목이 좋아, 혹은 수완이 좋아, 일시적으로 손님을 많이 찾는다 해도 결국 맛의 승부에서 이기지 못하면 도태되고 만다는 논리와 같다. 따라서 대한민국도 단순한 수출주도국이 아니라 고급인력과 고급기술력으로 승부해야 치열한 지구촌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작금의 일본의 오만한 태도를 보면 감정의 밑바닥이 부글부글 끓어오르지만 냉정히 가라앉히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백년, 천년을 바라보는 종합적 경제력을 갖춰야 한다. 그 길만이 대국(大國)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몽골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징기스칸이 세계를 지배했듯이 비록 작은 한반도이지만 세계 어느 나라도 무시할 수없는 경제적 자산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치욕스런 무역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혼자만 나라를 걱정하는 듯한 정객이나 일부의 식자들이 친일이니 매국이니 하는 소모적 논쟁을 벌이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힘을 하나로 모아 총력으로 매진해도 부족한 시간에 제대로 된 땀 한 번 흘려보지 않고 조선시대 양반처럼 헛기침만 하고 있다면 누가 애국자인가.
김현탁 한국현대문학연구소장 문학박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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