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령 기자 mer@kyeonggi.com
- 노출승인 2019.01.30
70년간 꿋꿋이 이어온 전통… 넉넉한 인심
수원역전시장은 삭막하고 황량한 도심 속,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29일 오전 11시께 찾은 이곳은 상인과 손님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야기 중간 중간 들려오는 한바탕 웃음소리에 인간미가 느껴졌다. 한겨울에도 푸근한 시장 분위기는 건물 안을 걷는 것만으로도 메말랐던 마음이 따뜻해지게 만들었다. 무려 70년 역사를 지나도록 꿋꿋이 자리를 매김을 하고 있는 수원역전시장은 처음 방문한 손님에게도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단골처럼 안부를 물어봐 주는 따뜻한 시장이다. 딱히 사는 물건 없이도 상인과 마주 앉아 여러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역전시장은 오랜 전통의 연륜이 묻어나는 시장답다.
수원역전시장(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10-6)은 200여 개의 점포와 171명의 상인, 10여 개의 출입구가 있는 꽤 큰 규모를 가진 상가형이다. 현대화 개선 사업을 통해 A동과 B동으로 건물이 나뉘었다. 수원역 앞에 있는 우수한 지리적인 특성으로 수원을 비롯한 화성, 안산 등 인근 지역까지 이용하는 경기 남부 관문의 대표적인 시장으로 자리 잡아 왔다.
역전시장의 역사는 19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산 양곡 공설시장으로 시작한 시장은 1969년 9월 역전시장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법인화한 뒤 종합시장으로서 면모를 갖추고 수원역 인근 지역 경제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1985년 4월에는 지하 1층, 지상 3층의 시장 건물을 신축했고 2010년 8월에 복합패널 시공, 간판정비 사업 등으로 외벽을 정비했다.
역전시장은 다문화 가족과 외국인 주민들이 많은 지역 특성을 맞춰 2011년 서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소인 다문화 푸드랜드를 시장 지하에 개업했다.
수원시와 경기도가 함께 조성한 다문화푸드랜드는 베트남, 러시아, 중국, 태국, 몽골, 방글라데시 등 6개국의 현지인이 직접 조리하는 전통 음식을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다. 현재 다문화 주민들 소통의 장으로 이용되며 주말이면 전국에 있는 외국 노동자들이 찾아와 그들만의 향수에 빠져 떠들썩한 모습이 연출된다.
이런 가운데 상인회는 지난 10일 장석산 상인회장을 선출하고 새롭게 꾸려진 상인회를 필두로 역전시장만의 특화된 사업을 강구하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매일 회의를 하고 있는 등 열정을 보이고 있다.
김해령기자
[인터뷰] 장석산 수원역전시장 상인회장
“시장內 빈점포, 청년몰 통해 활성화 청사진”
수원토박이로 19년째 수원역전시장에서 장사하고 있는 장석산 상인회장(62)은 지난 10일 취임해 171명의 상인의 리더로서 시작단계에 있다. 수원역전시장은 이전까지 상인회라는 존재는 있었지만, 시장을 운영하는 힘은 관리사무소에서 가지고 있었다. 지난해 순수하게 상인을 위한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상인들은 자체적으로 상인회를 다시 꾸리기 시작했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지난해 12월 26일 장 회장이 당선되며 7년 만에 상인회는 독립에 성공했다.
장 회장은 취임 전부터 무거운 마음이다. 상인회에게 놓인 과제는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취임 3주째인 그가 역전시장의 부활을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는 이유다. 2016년 생겨난 수원역 환승센터 생성으로 역전시장 상권에 가장 큰 치명타를 입었고, 역전시장뿐만 아니라 매산시장, 지하도상가, 테마거리 등 4개 시장 모두 피해를 보고 있어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는 손님들을 끌어들이려면 시장 외곽의 정리정돈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장 회장은 “불법주차를 포함한 방문객 주차문제 해결이 먼저 해결돼야 시장 외곽이 깔끔한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까지 진행 중인 상인교육도 전체 상인이 참가하지만, 형식적인 교육에 불과했다” 며 성공사례 시장을 현장 답사해 피부로 느끼게 하거나, 전문가 초빙 등을 통해 상인 교육 미비점 보완하겠다고 주장했다.
또한, 장 회장은 다양한 전문가들, 상인들과 함께 논의해 역전시장만의 차별화된 무언가를 만들 계획이다. 예컨대 출근길 음악회를 열어 시장을 홍보하거나 ‘먹을거리 축제’ 등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외곽의 먹을거리 타운을 더욱 활성화 시켜 메뉴와 가게의 다양화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장 회장은 “청년몰 추진 등 시장 내 많은 빈점포들을 활성화 시킬 방법도 찾고 있다”며 “반드시 역전시장을 살려내고자 임기 내 온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해령기자
먹을거리를 찾아라
봉덕이 숯불생고기
정민정 사장(57)은 30년째 역전시장에서 갈매기살과 삼겹살로 많은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점심과 저녁때면 손님이 한순간에 몰려와 일손이 딸려 남편과 함께 쉴틈없이 고객을 맞는다. 봉덕이숯불생고기의 대표 메뉴는 다양한 고기 중에서도 갈매기살(200g, 1만 5천 원)이다. 정 사장은 최상의 고기만을 고집해 항상 변하지 않는 맛을 내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된장찌개부터 계란찜, 샐러드, 콩나물 무침 등 9가지 이상 되는 반찬이 기본으로 제공돼 푸짐한 양도 보장돼 있다. 정 사장은 “음식을 판매하는 사람은 언제나 손님을 배려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며 “안 보이는 곳까지 구석구석 수시로 청소에 신경 쓰는 것이 그 이유”라고 말했다.
깨끗하고 신선한 활어회를 거품 없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볼 수 있는 먹거리 회촌은 지역주민은 물론, 타지역 사람들의 사랑까지 듬뿍 받는 회 맛집으로 유명하다. 친절한 서비스와 넉넉한 인심으로 단골 마음 사로잡아 인근에서 회라면 먹거리회촌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한다. 서해와 남해에서 산지직송 해온 광어, 우럭, 방어 등 다양한 제철 활어회을 맛볼 수 있는 동시에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일품인 얼큰한 매운탕까지 고루 갖췄다. 이곳의 송영순 사장(66)은 “우리집 음식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맛있어하는 손님들을 보면 뿌듯하다”며 “그 덕에 20년을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오나라생고기는 시장에서 평소 먹기 어려운 오리생고기와 흑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어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유황오리 흑돼지(200g, 1만 5천 원)는 제주도에서 직송으로 받아 현지에서 먹는 그 맛을 낸다고 한다. 또 오리생고기는 가장 맛있다는 45일 된 오리만 써 신선한 맛을 자랑한다. 기존 단골손님들과 주민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저녁시간 때면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고객도 다반사다. 오나라생고기의 황동설 사장(56)은 14년 된 노하우를 자랑한다. 그는 “오리, 돼지라고 다 같은 맛을 내는 것은 아니다”며 “원재료의 신선도와 알맞은 불 온도, 반찬과의 조화 등 복합적인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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