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파주의보 수원역...노숙인들의 힘겨운 겨울나기
- 신경민
- 기사입력 2018.12.07
6일 오후 수원시 세류역 인근 무료급식소. 김영운기자
“술이 뭐예요. 따듯한 국물로 뎁히셔야죠”
6일 저녁께 수원역 광장. 막걸리를 찾는 노숙인에게 한 남성이 무료급식소를 안내했다.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 저녁 7시만 되면 정 급식소에는 노숙인들로 가득하다.
점퍼를 뒤집어 쓴 노숙인, 말없이 길게 늘어선 줄을 바라보는 노숙인 등 각양각색이다.
지난 5일 수도권에 첫 한파주의보가 내린 데 이어 예년보다 더 추울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렸지만 이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수원에서 운영중인 노숙인 쉼터가 추운 겨울이 되면 그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수원시는 겨울철 노숙인들이 잠을 청할 수 있는 임시쉼터 2곳과 노숙인 자활시설 4곳 등 6곳을 운영 중이다.
한파 특보가 발효되면 국물 한 그릇 할 수 있었던 정 나눔터도 응급잠자리가 된다.
총 65명이 머무를 수 있는 임시쉼터 2곳은 봄부터 가을엔 절반도 안 되는 수용률을 보이나 살을 에는 듯한 겨울은 사정이 다르다.
광장에서 담배를 피우던 정모(73)씨는 “술을 못 마시게 해서 안 간다”면서도 임시쉼터 주변을 서성였다.
알전구가 반짝이는 트리가 놓인 쉼터엔 핫팩, 침낭, 겨울 옷 등이 마련돼 있고 응급의약품과 식수 등 긴급 구호 물품이 있기 때문이다.
일용직 노동자가 출근하는 새벽 4시 30분 아침이 시작되고 경기도ㆍ수원시ㆍ대학교와 협력한 자립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여성노숙인은 성범죄 발생 우려가 잦아 여성 보호기관으로 인계한다.
저녁마다 정 나눔터에서 200인분의 온정을 나누는 백점규 목사는 이게 다 ‘먹고 사는 일’을 하는 거라고 말했다.
백 목사는 “밥을 먹으러 오는 노숙인과 기초수급자 분들은 90%가까이 매일 오신다”며 먹고 자는 생활의 문제와 춥고 아픈 감각의 문제를 시혜적인 태도로 접근하는 걸 경계했다.
이어 “올해 수원역에 놓일 마구간엔 추운 노숙인들 덮어줄 담요 한 장, 양말 한 켤레도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같이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수원에서 활동하는 노숙인은 지난 11월 기준 재활 시설 4곳 등에 64명, 거리 노숙인 73명이 있다.
신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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