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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색채의 꽃에서 자아와 마주하다

강렬한 색채의 꽃에서 자아와 마주하다 

<해,달,별 그리고 바람> 노석순 화백의 열 번째 개인전이 윤슬갤러리에서 열려

등록일 : 2015-11-12 02:19:05 | 작성자 : 시민기자 김윤지

 

매주 있는 큰아이의 도서관 수업을 위해 경기도평생교육학습관에 들렀다. 아이를 수업에 보내고마침 둘째도 유모차에서 자주는 고맙고 귀한 한 시간! 이 짧지만 소중한 시간을 어디에서 보낼까 둘러보다가 바로 옆 윤슬갤러리 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 멀리서도 눈에 들어오는 강렬한 색채의 꽃들. 나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작품들이 궁금해서 들어가보았다.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대부분의 작품들은 꽃을 소재로 하고 있었다. 꽃병에 꽂혀 있는 꽃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진한 푸른색이나 회색, 또는 붉은색의 배경 안에서 확대되거나 무수히 많은 꽃잎이 하나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단순한 꽃을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탄생시키려면 오랜 시간 면밀하게 관찰하지 않고서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점, 한 점 천천히 둘러보는데 이 작품의 주인인 듯 보이는 한 분이 웃으면서 녹차를 건네준다. “한 잔 드시면서 둘러보세요” 처음 보는 이에게 말을 걸기가 어색했던 나는 마침 잘됐다 싶어 간단하게 인터뷰를 해도 되겠냐고 물었고 흔쾌히 승낙을 받았다. 

“전체적으로 꽃을 소재로 사용했는데요”

"제 작품에서 꽃은 나, 바로 자신입니다. 어떤 분은 꽃잎이 확대된 모습을 보고 세포나 아메바 같다고 하신 분들도 있어요. 이것이 내 안에 있는 한 부분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리고 꽃 전체가 캔버스 안에 들어오게 하기 보다 작품을 벗어나도 꽃이 계속해서 연결되는 느낌으로 표현했어요. 이 세상은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으니깐요. 이렇게 꽃에서 나와 너를 발견하고 배경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죠. 배경을 자세히 보시면 대부분 해와 달, 별, 은하수들이 보이실 거에요. 저는 이 배경으로 우주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나와 우주공간이 어떻게 어울러지고 살아가는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또한 이 작품으로 나를 되돌아보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자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죠."


"이 작품은 사막 한가운데 서있는 선인장을 그린 거에요. 어떤 분은 혼자 있어 외로워 보인다고도 하셨어요. 사막은 밤에는 아주 춥지만 낮에는 뜨거운 햇빛이 강렬한 곳이잖아요. 뜨거운 햇빛에도 견디며 적응해나가는 모습이 꼭 우리 사는 모습과 닮아 있지 않나요. 어떠한 환경에서도 그 환경에 맞게 살아가는 모습이 힘차고 강인하게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색채가 아주 선명하고 강렬한데요. 다양한 색을 사용하기도 하셨고요
="이번 작품들은 대부분 아크릴물감을 사용했습니다. 이전에는 유화도 했었는데요. 아크릴이 유화보다 불투명하지만 선명하고 채도가 높아서 이번 작품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살아있는 꽃잎과도 잘 어울리고요. 깊이 있는 배경을 표현하기에도 알맞은 것 같습니다.

-벌써 이번 개인전이 열 번째 군요. 그림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사실 미대를 나온 전공자는 아닙니다. 어렸을 때부터 취미 삼아 그리기 시작했고요. 그러다가 주변 권유로 한국미술협회에 포트폴리오를 내게 되었고 승인이 되어서 30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그리게 되었어요. 현재는 개인전도 하고 매탄동에 있는 화실에서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취미로 할 때는 아무런 제약 없이 원할 때 그리니 자유롭고 좋았는데 정식으로 그리기 시작하니까 작품도 일정기간 내에 제출해야 하는 등 단점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열심히 그림에 몰두하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것만 생각하고 즐기면서 작품에 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작품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일단은 좋아하는 소재를 찾아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생각하며 작품을 만들려고 합니다. 이전에는 한동안 건물을 그리기도 했고 이 전시회처럼 꽃에 빠져 그리기도 했죠. 앞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으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찾아서 그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녹색을 마음껏 사용하는 작품을 도전해보고 싶어요. 지금 이 전시회의 작품들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양한 색 중에 녹색은 빠져있는데요. 꽃잎들도 녹색보다는 푸른색을 사용했습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부모님이 밭을 매는 일을 종종 시키셨거든요. 그 때 힘들었던 기억으로 저에게는 녹색이 자연이 주는 휴식의 색보다는 일을 하면서 느끼는 거부감이 드는 색이 되었어요. 다음 작품 때는 과거의 기억에서 탈피해서 초록색의 드넓은 초원이 펼쳐지는 작품을 해보려고 합니다." 


쉰 살을 넘긴 나이라고 믿겨지지 않는 노석순 화백의 눈에는 작품을 대하는 순수함과 앞으로의 도전을 향한 자신감도 느껴졌다. 또한 옛 기억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녹색이 그의 손을 거치면 어떤 작품으로 탄생될지 궁금해졌다. 다양한 작품들을 통하여 갇혀있는 내가 아닌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려는 그를 응원해본다. 

'해,달,별 그리고 바람' 전시회는 11월 3일부터 11월 15일까지 경기도평생교육학습관 1층윤슬갤러리에서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