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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詩想)의 스케치북인 사진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 안희두 (숙지중학교장, 수원문인협회 고문)

시상(詩想)의 스케치북인 사진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 안희두 (숙지중학교장, 수원문인협회 고문)



▲  알렉산드로 왕의 탑

 

[수원인터넷뉴스] 어찌된 일인가? 핀란드를 떠나면서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과 러시아의 여름궁전까지 찍었던 사진이 모두 날아갔다. 잘 찍혔나 찍은 사진을 검토도 했었는데, 사라진 원인도 모르고, 당연히 찾을 방법도 모른다. 사진이 날아가니 메모한 수첩과 자료는 수없이 널려 있어도 글이 써지지 않는다. 사진 하나하나 찍을 때마다 화가가 스케치하듯 시상을 묻어 놓았는데, 찾을 길이 없다. 당연히 시도 쓸 수 없다. 여기에 소개된 사진은 내용과 관계없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사진이다.

 

에르미타주 박물관 천사상

 

탈링크 쾌속선을 타고 핀란드 헬싱키에서 출발한지 2시간만에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 도착하여 1박을 하였다. 에스토니아는 남한 면적의 절반 가까이 되나 인구는 130만 명 정도이고, 탈린은 40만 명 정도다. 16세기 중반부터 스웨덴과 러시아, 독일, 소련에 합병되었다가 1991년 독립을 되찾았다. 고난의 역사 속에서 고유한 전통과 문화를 포기하지 않아 탈린의 구시가지는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  운하 곳곳에 유람선을 탈 수 있는 선착장이 마치 버스 정류장처럼

    많이 있다

 

아침 일찍 호텔을 출발하여 알렉산더 네프스키 성당, 시청사 및 광장, 에스토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돔교회, 탈린시를 한 눈에 조망 가능한 톰페아 언덕 등을 관람하였다. 점심을 먹은 후 러시아의 문화의 중심지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출발하였다. 2시간 반 정도 달려 러시아 국경선에 도착해 1시간 여 수속을 밟고 시내에 들어오니 정체가 시작되었다.

 

▲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10일차다. 교통체증을 우려해 여름궁전으로 일찍 출발하였으나,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출근 시간대에 도로 보수공사까지 겹쳐서 멈춰 있는 시간이 달린 시간보다 짜증이 날 정도로 더 길었던 것 같다. 그러나 여름궁전의 분수를 보면서 머릿속을 파고든 먹구름은 걷히고 파란 하늘에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피라미드 분수, 나무분수 등 140여 개의 분수가 색다른 분수를 만드는데, 300여 년 전의 시각으로 바라보라는 가이드의 말이 아니어도 풍광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하나하나가 나의 가슴 속에서 솟구치는 활화산이었다.

 

 

여름궁전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시내 관광을 했다. 푸시킨이 살았던 집엔 표지판과 문양도 붙여져 있었다. 차 안에서 설명을 들으며 바라만 보며 스쳐간다. 30여 분 달리다 멈춰섰다. 루브르,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입장했다. 관람객이 몰려있는 피카소, 고흐, 모네, 르노와르, 램브란트, 다빈치 등 50여 점의 중요한 그림과 조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가이드에게 들었다. 바삐 돌아다느라 메모할 수도 없었고,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뚤어져라 보아도 겨울궁전답게 눈이 새하얗게 내렸나 기억은 하얗다.

 

▲  러시아 황제가 앉았던 의자

 

북유럽을 여행하며 곳곳에 유람선 탑승이 있다. 수없이 많은 섬과 운하를 통해 고대건축과 어우러진 도시의 풍광을 감상하며 여행의 정취를 한 차원 높일 수 있다. 특히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하이라이트는 유람선 탑승이었다. 여행계획표나 옵션에 없었는데, 어떻게 타게 됐는지도 모른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네바 강 하구의 습지를 매립하여 만든 계획도시로 100여 개의 운하와 380여 개의 다리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단다. 우리는 한 시간 정도 탑승을 했는데, 때마침 비가 거세게 쏟아져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도 없었고, 가이드의 설명을 메모하지도 못했다. 지금도 사진을 보노라면 상큼한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유람선에서 내려 푸시킨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살았던 건물 안마당에 있는 동상을 살펴보고 모스크바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앞부분을 소개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쉬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  푸시킨이 살았던 건물 앞면 표지판

 

▲  푸시킨이 살았던 건물 안마당에 있는 동상

 

▲  북유럽 대부분의 도시에 가로등과 교통신호등은 전선에 연결   

    되어 있다

 

▲  성이삭 성당을 배경으로

 

 

▲  다리에 있는 감옥

 

 

▲  삼성 광고판도 보이고

 

 

 

 

정흥교 기자(ggi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