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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까칠한 호관씨 ⑥] 막대기를 움직인 건 수맥인가 내 마음인가?

[완전 까칠한 호관씨 ⑥] 막대기를 움직인 건 수맥인가 내 마음인가?

  • 과학동아 고호관 기자
  • 과학동아 | 기사입력 2015년 02월 10일 11:35 | 최종편집 2015년 02월 10일 18:00
과학동아(일러스트 오현균) 제공
과학동아(일러스트 오현균) 제공

 

※ 지난해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땅굴 괴담'을 기억하시나요? 한성주 전 예비역 공군 소장은 수십 개의 남침용 땅굴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국방부는 경기도 양주 일대를 탐색했고 그 결과 '땅굴은 없다'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한 민간단체는 '한반도 전체에 땅굴이 바둑판처럼 퍼져 있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땅굴 괴담'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땅굴 괴담'은 작년뿐 아니라 2013년에도 이슈였는데요. 당시 과학동아도 땅굴의 존재에 대해 해설한 바 있어 해당 기사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해 드립니다.



●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북한?

 

wikimedia 제공
wikimedia 제공

북한이 땅굴을 팠다는 주장이 특이하다고 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이들은 땅굴이 서울까지 이어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땅굴에서 병력이 튀어나와 곧바로 서울을 공격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무섭지 않습니까? 과거에 발견된 땅굴은 전부 휴전선 근처에서 발견됐는데, 어느새 서울까지 왔다니요.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충정로에서 가장 가까운 휴전선까지 거리를 재 봤습니다. 직선으로만 40km가 넘더군요. 실제로 땅굴을 팠다면 이보다 더 길겠지요. 제가 땅굴 전문가는 아니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 정도 길이의 땅굴을 파는 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엄청난 양의 흙을 운반해야 할것이며, 산소가 모자라지 않게 환기도 시켜줘야 하며, 전력도 공급해줘야겠지요. 자칫하다가는 땅굴이 무너질 수도, 침수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이기고 50km 정도인 땅굴을 팠다면, 그건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터널입니다. 그런 엄청난 일을 북한은 아무도 몰래 해낸 셈이지요. 강이나 지하철, 하수구 같은 지하 공간을 모두 피해서 서울 시내까지 들어온 것도 참 대단합니다. 이 정도 기술력이라면 당장 토목 공사로 세계에 진출해 돈을 벌 수도 있을 텐데, 언제 쓸지도 모르는 땅굴을 파는 데 힘을 쏟을 이유가 있을까요?

두 번째 이유는 땅굴을 발견한 방법입니다. 북한이 ‘아무도 몰래’ 판 땅굴은 우리나라에서 남침 땅굴을 찾는 사람들에게 들켰는데, 이들이 땅굴을 찾기 위해 쓴 방법이 ‘다우징’, 소위 ‘수맥찾기’라는 겁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아닙니까?

다우징이란 나무나 금속 막대를 가지고 땅속의 광물이나 보석, 석유, 수맥 등을 찾는 방법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맥을 찾는 방법으로 잘 알려져 있지요. 유투브에서 dowsing으로 검색하면 강좌 동영상도 여럿 볼수 있습니다. 이걸 하는 사람은 흔히 L자 모양의 막대를 양손에 쥐고 걸어다닙니다. 막대는 자유롭게 회전할 수 있는데, 걷다가 두 막대가 교차하는 지점이 있으면 그 아래에 수맥이 있다는 식입니다.

 

 

● 수맥파? 그런 거 없다!

wikimedi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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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징은 역사가 수백 년이 넘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작도 과학이라기보다는 마술에 가깝습니다. 땅속에 수맥이 있을 때 막대기가 회전하는 원리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물속에 녹아 있는 이온이 자기장을 만들어 금속 막대기를 움직인다는 주장도 있지만, 어림없는 소리입니다. 폭포 옆에 나침반을 가져가면 바늘이 핑핑 돌기라도 한단 겁니까? 현재로서는 무의식적으로, 혹은 암시에 의해 손을 움직이고 그에 따라 막대기가 회전한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요즘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수맥파’로 설명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예민한 사람은 수맥파를 몸으로 느낄 수도 있으며, 집 아래에 수맥이 흐르면 수맥파 때문에 건강은 물론 건물에도 안좋다고 이야기합니다. 땅을 파서 지하수가 나오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니 사기 치기 딱 좋지요.

하나씩 따져봅시다. 일단 수맥파. 세상에 그런 거 없습니다. 지난 회에서 이야기했듯이 ‘파동’은 사기꾼이 많이 갖다 쓰는 ‘과학스러워’ 보이는 단어입니다. 다우징으로 수맥을 찾는다는 주장도 입증된 게 없습니다. 1987~1988년에 한스-디어터 베츠라는 독일 과학자가 다우징 기술자 500명 중에서 가장 뛰어난 43명을 선택해 지하에 묻어 놓은 파이프 중에서 물이 흐르는 파이프를 알아맞히는 실험을 했습니다. 결과는 우연히 찍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집 아래에 수맥이 있으면 건강에 나쁘다는 것도 근거 없는 주장입니다. 집에 있으면 자고 난 뒤에 개운하지 않거나, 공부할 때 집중이 안 되거나, 몸이 찌뿌드드하다거나, 기분이 우울하다거나 하는 등의 증상이 수맥파의 영향이라고 하는데, 저런 증상은 살다 보면 수시로 느끼죠. 굳이 수맥 운운할 것도 없습니다.

지하수 때문에 몸이 안 좋아진다면, 수상가옥에 사는 사람들은 다 뭐랍니까? 결국은 수맥파를 차단하는 제품을 팔기 위해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으로 봐야겠지요. 불안감을 자극하는 건 흔한 사기 수법입니다.

이렇듯 다우징이 과학적인 근거가 없으니 자연히 다우징으로 북한의 땅굴을 발견했다는 주장에도 의심이 갑니다. 실제로 국방부도 서울까지 왔다는 땅굴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남침 땅굴을 찾았다는 사람들이 그걸 진심으로 믿고 있는지, 아니면 안보 의식을 자극하기 위해서 그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땅굴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고호관 기자의 ‘완전 까칠한 호관씨’를 매주 수요일 연재합니다. 2013-2014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주위에서 접하는 각종 속설, 소문 등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 까칠한 시선으로 따져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과학동아 고호관 기자 karida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