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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심 할머니외 14명이 직접 그린 그림을 전시하는 작품전이 5일까지 수원 매탄4동 주민센터 ‘산드래미 갤러리’에서 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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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靑春)은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는 뜻이다. 굳이 나이로 규정하기보다 ‘열정적으로 젊게 사는 사람(시기)’에 그 의미가 더 가깝다.
최근 만난 할머니들은 여든을 훌쩍 넘긴 연세에도 청춘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렸다.
첫번째 인물은 파란 눈의 할머니, 노애미 수녀(87)다.
프랑스 출신 노애미 수녀는 22세에 한국에 와서 지금껏 봉사하는 삶을 살아왔다. 구부정한 허리에 불편한 다리를 천천히 거두는 걸음걸이에서는 나이가 느껴지지만 지난 삶을 이야기하는 모습은 마냥 소녀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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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애미 수녀가 크레파스를 사용해 그린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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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이 넘었는데, 학교 안가고 한국어를 배웠습니다. 시간 빨리 지나갑니다. 그림은 (배운 지)6년 됐습니다. 치매미술치료협회 신현옥 선생님이 권유해서 시작했습니다.”
뒤늦게 치매미술치료협회에서 그림을 배운 그는 오는 31일까지 수원의 3세대문화사랑회 스트릿갤러리와 남문 로데오갤러리에서 작품을 선보인다. ‘전쟁 후 고아와 나병환자가 많은 한국’에서 살아온 그가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에는 돕고 나누는 삶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동안 그린 그림과 아트북, 글 등을 함께 전시한다. “나는 자연을 많이 생각하고 그리고 싶고, (그림으로)마음을 연결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은 노인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정신이 죽어가는데, 옛 생각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수원 매탄4동 주민자치센터 4층 산드래미 갤러리에서 그림을 전시하는 할머니들도 자연을 그리고 기억을 담았다. 5일까지 열리는 초대전 ‘8학년 우리들의 작품전시회’에 그림을 내건 14명은 ‘막내’ 정흥숙(78) 할머니와 최고령 이호심(90ㆍ여) 어르신 외에는 모두 80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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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애미 수녀가 크레파스를 사용해 그린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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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평생학습관이 실시, 주민이 강사가 되고 수강생이 되는 ‘찾아가는 누구나 학습마을’을 통해 경로당에서 지난 3월부터 그림을 그려왔다.
병아리를 빼놓지 않고 그려 넣어 ‘병아리 화가’로 불리는 유종석(80), 무채색과 작은 이미지를 그리다가 점차 밝은 색감에 큰 이미지로 도화지를 채우는 변화를 보여준 박덕분(80), 4명의 자녀를 물고기 네마리로 표현하는 배영애(81) 등 할머니들의 작품은 한결같이 긍정적이고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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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애미 수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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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또 그려야지”라고 답하는 할머니들에게 나이는 사라지고 꿈과 희망만이 가득했다. 그 모습은 청춘, 꼭 그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코디네이터 류명화는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분들이 이젠 주제만 알려드리면 정말 열심히 하신다. 치매끼가 점차 사라지고 밝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나누는 것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류설아기자 < 저작권자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