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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빗발치는 생숙 ‘준주택’ 요구”…‘형평성’ 우려에 난감

“다시 빗발치는 생숙 ‘준주택’ 요구”…‘형평성’ 우려에 난감

  • 정승현 기자
  • 승인 2024.02.27 16:40

숙박시설에 ‘생활형’ 추가…주거시설처럼 활용

2021년 생숙 ‘숙박시설’ 못박아…용도변경 요구

국토위 “준주택요건 맞춰야…형평성 우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지난 2023년 9월 19일 생활형 숙박시설 소유주들이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뉴시스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을 숙박업으로 신고하지 않을 경우 부과하는 이행강제금이 올해 말까지 유예된 가운데 생숙을 준주택으로 인정해달라는 요구가 다시 나오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조건부로 준주택 전환이 가능하다는 검토 결과를 내놓으면서다. 다만 형평성과 생존·재산권간 가치 충돌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준주택 전환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조기에 봉합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거주지 등록되는 생숙…“‘신개념 주거상품’으로 인식”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생숙 수분양자들은 기존 생활형숙박시설을 주택법상 준주택으로 편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규제하기 전까지 사실상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자리잡았고 전입신고를 해도 문제가 없어 주거공간으로 사람들이 오인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태규 한국레지던스연합회 부회장은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202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생숙을 주거용도로 이용하지 못하게 하기 전에는 이른바 ‘신개념 주거상품’으로 홍보돼 주거공간으로 인식됐는데도 당국의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며 “주택을 분양받은 것으로 간주돼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까지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는 생숙 소유자들을 중심으로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청원이 제기된 배경이기도 하다. 주거를 염두에 두고 생숙을 분양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12월 전국비아파트총연맹은 생숙을 준주거로 인정할 것을 포함한 6가지 비아파트 규제완화책을 들어달라는 청원을 국회에 접수하고 5만명 넘는 청원인을 모으기도 했다.

이러한 혼란은 생숙의 법적 성격 때문에 나타났다. 생숙은 2012년 숙박업 가운데 취사가 가능한 ‘생활숙박’이 숙박업에 포함되고 2013년 5월 건축법 시행령에 숙박시설의 한 유형으로 추가되면서 법적 용도로 인정받았다. 생숙을 ‘밥 해먹고 잠잘 수 있는’ 집처럼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거주지로 주민등록이 가능한 점도 혼란을 부추겼다. 주민등록은 ‘생활 근거지로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이라면 가능하다. 주민등록을 위해 주거용도 같은 건축법은 고려되지 않는다. 이에따라 주택법 규제를 피하면서 주거시설처럼 생숙을 이용하는 수요가 늘었다.

엄연히 따지면 생숙은 건축법상 숙박시설로 분류돼 주거용도로 쓰일 수 없지만 2020년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제기되기 전까지는 별도의 규제가 없었다. 국토부는 국감 이후 생숙 규정을 정비하며 2021년 1월부터 생숙을 분양할 때 공고문에 주택이 아니라는 점을 명시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생숙을 사실상 주거용도로 이용하는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10월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숙박업으로 등록할 것을 마치라고 요구하면서 그러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생숙을 준주거 유형 중 하나인 오피스텔로 용도를 바꾸면 발코니 및 바닥난방 설치 제한 등 오피스텔에 적용되는 규제 일부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오피스텔 변경 당근책은 잘 먹혀들지 않았다. 용도 변경을 위해서는 오피스텔의 건축 규정에 맞게 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이를 위해 건축물을 상당 부분 뜯어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인 생숙 가운데 오피스텔로 전환한 비율은 1%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는 이행강제금 부과를 올해 말까지 추가로 유예하고 생숙의 숙박업 신고를 위한 계도를 벌이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오피스텔 일부 규제 미적용은 종료됐다.

 

‘생숙 준주거화’ 청원 올라갔지만…당국 “주차·피난규정은 지켜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오피스텔로 용도를 바꾸도록 유도하는 새 당근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생숙 수분양자들은 만족하지 않는 분위기다.

생숙 수분양자 등이 제기한 ‘생숙 준주거화’ 청원을 검토한 보고서를 보면 국토위와 국토부는 준주택 편입에 힘을 실어주는 듯하지만 이를 위한 최소 요건을 같이 제시했다. 주차장과 피난·방화 복도폭, 학교분담금 부과 등 최소한 세가지 기준을 준주택 수준에 맞추면 용도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이 경우 생숙의 최소 요건에 맞춰 지은 건축물은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생숙은 주차대수를 200㎡당 1대 이상 두고 복도폭이 1.5m만 넘기면 된다. 하지만 준주택 유형 중 하나인 오피스텔은 세대당 1대이상, 복도폭은 1.8m 이상 확보해야 한다. 오피스텔로 편입되면 학교분담금을 새로 부담해야 한다.

지구단위계획도 문제다. 생숙이 오피스텔을 지을 수 없는 곳에 세워진 경우는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야 하는데, 이는 지자체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변경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오피스텔 요건에 맞게 건축물 공사를 마쳐도 용도 변경이 어려워진다.

국토위가 이러한 조건을 내건 데는 형평성 우려가 있다. 국토위는 “생활숙박시설을 준주택으로 인정하면 이른바 근생빌라, 농막 등 다른 주거전용 불법사례와 콘도 등 다른 숙박시설을 준주택으로 편입하지 않을까 기대심리를 양성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대해 생숙 수분양자들은 다 지어놓은 생숙을 오피스텔 등 준주거로 용도를 바꿀 때 준주거 건축법규를 적용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김 부회장은 “건물 자체가 이미 완공됐는데 오피스텔 건축 기준에 맞추려면 복도를 넓혀야 하는데 대부분 (벽이 건물 하중을 지지하는) 내력벽으로 지어지므로 개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생숙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생숙을 현재 준주거 요건에 맞게 뜯어고치거나 지구단위계획을 바꾸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수분양자들이 이를 고스란히 감내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당국은 형평성을 이유로 기존 입장에서 크게 물러서지 않고 생숙 수분양자들은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반발 입장을 계속 드러내면서 생숙을 둘러싼 대치 국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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