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15만여 명으로 단일 기초자치단체로는 규모가 가장 큰 도시 수원, 지난 50년간 급속한 경제성장의 중심지로 성장해 왔던 수원시가 ‘사람이 반가운 도시 휴먼시티 수원’을 표방하며 새롭게 환경수도, 지방자치의 중심, 시민 참여와 거버넌스 행정을 펼치고 있다. 그 선두에 염태영 수원시장이 있다. 지역사회에서 시민운동가로, 환경운동가로, 15년을 활동했던 그가 어떻게 수원시를 젊음의 도시로 변화시키고 있는지 만나 보았다.
반갑습니다. 이번 민선 5기에서 시정목표를 ‘사람중심’이라는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데, 이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지금까지 도시 행정에서는 대부분 발전의 척도를 ‘교통 인프라를 얼마나 잘했는가, 또 얼마나 굵직한 대형사업을 벌였는가, 도시 외형을 얼마만큼 키웠는가’ 이런 것에 중점을 두고 평가를 하곤 합니다. 저는 도시의 주인은 이런 양적 성장에 초점이 맞춰지는 게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시민 중심으로 가야 된다’는 생각으로 이제까지 발전의 패러다임을 바꿔보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행정의 가치를 사람 중심으로 놓으면 보이는 시각과 행정의 초점이 바뀌고, 실제 주민자치의 시대, 지방자치시대의 주역, 중심의 가치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20년이 넘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취임할 당시 민선 자치단체장 시대가 도래한지도 15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는 관 중심, 중앙 중심, 성장 중심, 그리고 외연의 확대, 이것이 중심 가치입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 지방자치도 전혀 발전하지 못했고, 그 중심에도 여전히 관치가 있어요. 저는 이런 도시에 대한 발상을 바꾸고 시민 중심으로 사고하면 새로운 선진시대를 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년간 사람이 중심이 된 도시행정의 주요 성과는 어떤 게 있나요?
기본적으로 이제까지 잘못 그려온 도시의 모습을 바꾸는데 중심을 두었습니다. 우리 도시가 가지고 있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인구가 115만 명인데도 기초자치단체로 구분되어 있어 행정의 불이익이 굉장히 많습니다. 공무원 수가 기초자치단체로 묶여 있어서 공무원 1인당 담당하는 시민의 수가 제일 많아요. 행정 서비스를 제대로 못하는거죠. 그러니까 시민에게 더 다가갈 수도 없어요.
저는 많은 부분을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계’로 바꿔서 민간인 역량을 행정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거버넌스 기구를 대폭 늘였어요. 시민이 시 행정에 직접 참여하는 ‘시민배심법정제도’를 도입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고, 정책을 만들고 이행 과정을 점검하는 ‘좋은시정위원회’라는 거버넌스가 있고,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을 가꾸는 ‘마을만들기’ 사업은 우리가 가장 앞서 나가고 있어요.
마을만들기 사업을 진행하는 마을르네상스센터도 만들었는데, 이런 거버넌스 기구도 여러 곳을 만들었습니다. 수원하천유역네트워크도 있고, 자원봉사센터를 민간영역으로 만든 수원시종합자원봉사센터도 있고, 보육정보센터, 수원휴먼서비스센터, 친환경무상급식지원센터 등 센터로 이름 붙은 거버넌스 기구가 10여 개나 됩니다. 이 센터들은 민간 사무국을 두고 민간에서 그 역량을 담당하게 하고 있습니다. 관 중심에서 실제 주민자치로 나가기 위한 중간단계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죠. 그래서 민․관 거버넌스 영역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서 시민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높이는 거예요.
그 외에도 우리 시가 최초로 시작한 것이 시민배심원제입니다. 미국의 재판제도가 배심원제이죠? 우리 사회의 갈등 문제에 대해 양쪽의 의견을 듣고 평균적 시민의식을 가지고 평결을 내주면 양쪽 당사자들이 다 따르기로 하자는 합의를 기초로 하고 있죠.
시정철학을 ‘사람중심의 도시’로 설정하고, 참여와 소통을 통한 거버넌스, 지속가능한 녹색도시와 환경수도, 문화르네상스와 도새재생 등을 주요 시정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를 소개해 주십시오.
지방자치를 시작한 것은 지역 주민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지방행정을 펼쳐가겠다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 지방자치는 중앙집권적 행태로 중앙정부 사무를 지방에 위임한 것을 수행하는 정도입니다. 그 속에서도 행정의 역할이 대부분이지 실질적인 주민의 자치는 10%도 안 되는 너무나 옹색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우리 시는 대표적인 지방정부로서 주민자치를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정책을 만드는 좋은시정위원회, 주민들 스스로 지역을 바꾸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마을만들기, 주민의 손으로 예산의 우선 순위를 직접 결정하는 주민참여예산제, 지역의 주요 현안과 갈등을 사회적 비용을 줄이면서 합리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시민배심법정, 시민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로 도시를 바꿀 시민창안제도 등이 그것입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로 전환하기 위하여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단계에서부터 시민들이 참여하는 ‘2030 도시시민계획단’을 전국 최초로 발족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우리 시는 실제 주민자치를 위해 새로운 주민참여 방법과 권한을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민들의 판단과 요구를 개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쉽지만은 않습니다. 아직은 학습이 필요하고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시기인데, 그래도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어서 주민참여의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수원시의 무상급식 등 새로운 복지정책과 몽골 시민의 숲 조성은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요?
우리 시의 무상급식은 기존 초등학교 전체에서 유치원(만 5세반)과 대안학교, 중학교 2~3학년까지 확대되어 11만6천여 명의 학생들이 무상급식의 혜택을 받고 있으며,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고 의무교육 대상자 무상급식 실시로 차별없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또, 취학 전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만 5세 어린이에 대한 정부 지원 단가를 100%, 셋째 자녀 이상 아동에게 지원하고 있는 보육료 지원액은 100% 수준으로 각각 지원하고 있으며 참전 유공자들에게는 참전명예수당을, 어르신들에게는 효사랑 지원금을 지급하여 수원시가 사회복지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몽골 에르덴솜에서는 기후변화 때문에 점점 심해지는 몽골의 사막화와 황사를 막기 위해 수원시민의 숲(96ha 규모)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환경단체와 자원봉사자 등이 참여하는 ‘휴먼몽골사업단’을 발족하고 에르덴솜에 해마다 1만 그루씩 2020년까지 모두 나무 10만 그루를 심기로 했습니다.
지금 수원시는 재정 건전성이 매우 높습니다. 언론들이 여기에 대해서 시장님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던데, 부채비율이 올해도 현격하게 감소했습니다. 특별하게 신경을 쓰신 건가요?
아시다시피 이전에는 많은 빚을 얻어서라도 큰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도시의 미덕이었어요. 그것이 시민들의 요구였어요. 그렇게 해서 도시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 도시에 큰 부담이 되고 미래에 대한 부담이 됩니다. 저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우선 빚부터 갚은데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생각했어요.
우리 시는 2009년 말에 원금과 이자 합해서 약 3,200억 정도의 부채가 있었어요. 3,200억이면 일반회계 기준으로 볼 때 전체 예산의 약 25% 수준이에요. 2010년부터 올해까지 2,500~2,600억 갚아서 올해 말이 되면 부채가 약 600억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600억이면 수원시 전체 예산 1조2천억의 약 5% 정도 이내에요. 그렇게 해서 대폭 줄였거든요. 부채 비율이 일반회계의 35% 이상되면 위험한데, 우리는 25% 수준이었어요. 좀 더 돈을 빌려 대형사업을 추진하면 위험수전이 되는 상황이 되는거죠. 그래서 이걸 적어도 5% 이내로 줄이는 것이 우선 과제다 싶어서 2년 반 동안 열심히 빚부터 갚았습니다.
수원시의 광역적 행정에 대한 노력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요?
우리 시가 인구 100만이 넘은지 벌써 10년이 넘었어요. 그런데도 기초자치단체로 묶여 있어서 이렇게 행정이 어려운 거에요. 광역은 아니지만 저도 광역에 준하는 행정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구 단위 이하의 일은 구청장이 책임지고 민선 자치단체장처럼 역할과 권한을 가지고 하라는 의미에요. 대신 저는 우리 지역 큰 발전의 아젠다가 되는 일을 하고, 100만 이상 되는 도시에 대한 우리 도시 준광역적 행정 모델도 새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난번 국회에서 발표한 ‘수원형 모델’이라고 이름 붙인 거죠.
인구 100만 명 이상이면서도 광역시는 아닌 준광역형 모델을 만들라고 요청하는 것이죠. 또,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지방자치의 권한이 1할 자치도 안 되는 상황에서 지방분권을 제대로 하라고 하는 취지로 ‘지방분권개헌 국민행동’이라는 조직을 꾸리고 대표도 맡았어요. 지금 재정을 보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2입니다. 그럼 그 2할(20%)이 자치단체 몫이냐? 아니죠. 그 중 1할은 광역자치단체 몫입니다. 인구 5만도 안 되는 군이나 115만여 명이나 되는 수원시나 똑같이 1할 자치밖에 안된다는 것입니다.
수원시장의 하루, 어떻게 움직이는지요?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갑니다. 시장을 하면서 이 일이 3D가 아니라 4D라는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보통 조찬회의가 없는 경우에는 아침에 일어나 8시 전에 출근하여 주요한 업무보고와 결재를 하고, 오전부터 저녁까지 하루에 3~8개 회의를 주관하거나 행사에 참석하고 틈틈이 면담이나 대면결재를 합니다. 틈틈이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댓글을 보거나 활동 내용을 올리기도 하고, 식사시간은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라 주요 인사나 직원들과 함께 합니다.
보통 하루 일정을 마치고 밤 10~11시 무렵에 귀가해서 전자결재, 메모보고를 처리한 후에 수원시 홈페이지 ‘시장님만 보세요’에 올라오는 민원글을 읽고 ‘칭찬합시다’ 코너에도 글을 남기는데, 힘들어도 주민들과 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에 날마다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보통 새벽 1~2시경을 넘어서 잠을 청합니다.
시장님의 포부는?
한국 사회가 지방정부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희망을 만들면 그것이 한국 사회를 리모델링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 지역을 바꾸면 한국 사회의 희망을 만드는데 큰 기초가 되고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해요. 우리 지역에서부터 만들어 갈 것입니다. 그 일에 제가 조금이라도 맡을 역할이 있다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수원 시민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지방정부의 변화를 통해서 한국사회를 리모델링하겠습니다. 제가 우리 수원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 수원을 통해서 한국사회의 희망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우리 시민들께선 적극 참여하고 우리 지역문제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변화의 동력에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 이 인터뷰는 매월 발행하는 수원시 시정소식지인 ‘와글와글 수원’에 실린 글입니다. ‘와글와글 수원’은 수원시에 있는 찻집과 미용실에 비치하고 있고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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