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 칼럼] 의료의 한 축, 간호사 처우 개선 필요
[최문 칼럼] 의료의 한 축, 간호사 처우 개선 필요
- 최문 칼럼니스트
- 입력 2025.06.16 13:32
의료는 단순히 의사의 진단과 처방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환자의 곁을 가장 가까이 지키며 24시간을 함께하는 이들, 바로 간호사다.
간호사는 단순한 보조 인력이 아닌, 전문성을 갖춘 독립된 의료인으로서 환자의 생명과 회복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역할에 비해 현실은 열악하다. 근무 환경은 과중하고, 처우는 정당하지 않으며, 존중은 여전히 부족하다.
우리나라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는 OECD 평균보다 훨씬 많다. 인력 부족 문제로 인해 간호사는 초과근무와 교대근무에 시달리며 만성적인 피로와 정신적 소진을 겪고 있다. 이는 결국 간호사 개인의 건강 문제로 이어질 뿐 아니라, 환자 안전과 의료 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직결된다.
또한 간호사의 이직률은 의료계 타 직종에 비해 현저히 높다. 신규 간호사의 절반 이상이 1년 이내에 병원을 떠나는 현실은 이 직업이 얼마나 고된 노동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간호학을 전공하고 국가고시를 통과한 뒤에도, 병원 현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인재들이 늘어간다면 우리나라 의료의 지속 가능성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현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을 파악하여 분석하고 나이팅게일 선서를 통해 사랑과 봉사를 바탕으로 책임과 긍지를 다하겠다는 간호사들에게 전문직업인이자 의료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첫째, 간호 인력 확충과 합리적인 인력 배치 기준의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병원마다 간호사 1인이 감당해야 하는 업무량은 천차만별이고, 그 기준 또한 모호하다. 법과 제도를 통해 환자 대 간호사 비율을 명확히 하고, 이를 어길 시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교대근무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야간 근무와 연속 근무는 간호사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인력 충원과 함께 탄력적인 스케줄 운영을 통해 간호사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셋째, 정당한 보상체계 마련과 감정노동에 대한 보호장치 강화도 중요하다. 의료진에 대한 폭언과 폭행은 단호히 근절되어야 하며, 감정노동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해 적절한 상담 및 치료 지원이 제공되어야 한다. 동시에 간호사의 전문성과 공헌도를 반영한 급여 및 복지 혜택이 보장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간호사를 향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간호사는 단순한 ‘의사의 조수’가 아니다. 간호학적 판단과 전문기술을 바탕으로 환자의 회복을 돕는 당당한 의료 전문가다. 이들에 대한 존중은 곧 환자 안전에 대한 존중이며,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을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는 일은 단지 특정 직업군을 위한 혜택이 아니다. 이는 의료의 질을 높이고,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겪게 될 환자의 자리에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보장받기 위한 필수적 조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