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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임대차법 후유증… 빌라로 옮겨간 전세난

계속되는 임대차법 후유증… 빌라로 옮겨간 전세난

조선비즈 백윤미 기자

입력 2021.01.08 06:00

서울 마포구에 노후 대비용으로 빌라 한 채를 소유하고 있는 배모(65)씨는 최근 전세로 내놓았던 집을 월세로 바꿨다. 다주택자 규제가 심한 와중에 세금을 내려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한다. 배씨는 "전세 문의가 많았지만, 목돈으로 전세금을 받아봐야 마땅한 투자처도 없어 거절했다"면서 "월세로 늘어난 세금을 충당해야 하는데 솔직히 지금 받는 월세로도 부족할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 빌라와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 /연합뉴스

유례 없는 전세난이 빌라까지 번지고 있다. 아파트 매수세가 빌라로 옮겨붙었듯 전세도 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 7월 시행한 임대차2법을 비롯해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 등을 빌라 전세난의 원인으로 꼽았다.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빌라(연립·다세대주택) 전세 가격은 0.18% 상승했다. 이는 전월(0.18%)과 같은 수준으로 이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2개월 연속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1월~6월)까지만 해도 지난해 월별 연립·다세대주택 전셋값 상승률은 0.03%를 넘긴 적이 없었다. 서울의 경우 0.25%로 상승폭이 더욱 컸고 수도권도 0.21% 상승했다.

빌라의 전셋값 상승세는 지난해 7월 말 임대차2법 시행 전후로 가속화됐다. 6월까지만 해도 전국 빌라 전셋값 상승률은 0.03%에 그쳤지만 이후 크게 상승했다. 이후 △7월 0.05% △8월 0.08% △9월 0.14% △10월 0.15% △11월 0.18% △12월 0.18% 등 흐름을 보였다. 누적 상승률을 보면 2019년에는 0.89% 하락했지만 지난해에는 0.88% 상승했다.

수급 상황도 계속 악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전국 연립·다세대주택 전세수급동향지수는 97.8로 전달(96.5)보다 높아졌다. 2019년 12월(89.2)과 비교하면 더욱 차이가 크다. 서울의 경우 105.7로 역시 전월(104.6)보다 높고 전년 동기(96.3)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지수가 100을 넘을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전셋값이 오르니 월세 가격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전국 연립·다세대 주택의 월세통합가격지수는 0.06% 상승하면서 전달(0.05%) 대비 상승 폭이 커졌다. 12월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서울은 0.06% 상승했고, 수도권은 0.07%로 전국 평균을 상회했다.

전월세 가격 상승세는 빌라의 매매가도 밀어올리는 모양새다. 12월 전국 연립·다세대 주택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18%로 2015년 11월(0.18%) 이후 가장 높았다. 서울은 0.19% 상승했으며 5대 광역시는 0.38% 올라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최근의 빌라 전세금 상승은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움직임에 3기 신도시 청약을 위한 대기수요의 증가, 임대차 3법 시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면서 "종전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전세난에 빌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임대차법으로 인해 보증부월세로 전환하는 수요가 많아지는 시점에서 아파트 전세난이 빌라로 옮겨붙은 것"이라면서 "임대차 시장에서도 아파트 값이 올라가면 빌라도 키높이를 맞춰가게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다주택자나 민간임대사업자들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방안이 빌라 전세난 해결을 돕는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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