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대통령·경선·본선 기타 종합/-정부 부처와 당시 대통령 관련 내용들

"화면에 속아 기부" 논란..그제야 "취소 가능" 말바꾼 행안부- (긴급재남금 신청할 때 전체약관 동의하면 절대 안 됩니다. 마지막 칸에 기부동참이 있는데 무심히 동의했다가 기부하게 되어 민..

"화면에 속아 기부" 논란..그제야 "취소 가능" 말바꾼 행안부- (긴급재남금 신청할 때 전체약관 동의하면 절대 안 됩니다. 마지막 칸에 기부동참이 있는데 무심히 동의했다가 기부하게 되어 민원이 폭주한다고 합니다.)

"화면에 속아 기부" 논란..그제야 "취소 가능" 말바꾼 행안부

최은경 입력 2020.05.12. 05:02 수정 2020.05.12. 08:35

[현장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의 신용·체크카드 신청이 11일 오전 7시 카드사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시작됐다. 사진은 이날 한 카드사 메인화면에 띄워진 지원금 접수 안내문. 연합뉴스

“신청 페이지 화면에 속아서 기부했다 정정했어요.” “국민 우롱하지 말고 기부란 삭제하라” “강제 기부천사”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일부다. 11일 정부는 지원금 신용·체크카드 온라인 신청을 시작했다. 일부 카드사의 접속 지연 속에서도 비교적 원활하게 접수가 이뤄지는 가운데 불만은 다른 곳에서 터져 나왔다.

지원금 신청 페이지에 있는 기부금액을 쓰는 칸이 지원금 신청란과 헷갈린다는 의견이었다. 실수로 기부금액을 쓰고 클릭했다가 의사와 관계없이 기부하게 돼 취소 요청을 했다는 후기가 줄을 이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일부 카드사는 기부 취소 민원이 줄을 잇자 재신청하거나 수정할 수 있게 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몇 건이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취소 요청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원금 사업 주관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후 기부 취소에 관해 “카드사별로 취소해주는 곳도 있는데 원칙은 취소가 안 되는 게 맞다”는 모호한 답을 내놨다.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을 공식화하면 카드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이어 “공식적으로는 한번 기부하면 취소가 어렵기 때문에 신청할 때 신중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행안부의 이런 설명과 관련 “기부 취소가 안 된다는 것은 억지다. 당연히 취소 가능하게 해야 한다” “실수로 (기부)한 것은 취소할 수 있게 해줘라” “실수였다는데 안 돌려주면 그건 무슨 횡포냐” 등의 의견이 빗발쳤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긴급재난지원금 기부 서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행안부의 입장은 두 시간여 만에 바뀌었다. 행안부는 “비슷한 민원이 이어져 당일 기부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당일만 취소할 수 있게 한 이유에 관해서는 카드사가 기부 정보를 취합해 신청일 다음 날 행안부에 넘기는데 그 이후 취소하면 이중 집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경직된 관료주의로 ‘우선 안 된다’고 했다가 그렇게 해서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부분적 허용을 한 것”이라며 “통계 집계 편의 때문에 당일 취소로 한정했다가 또 항의가 거세지면 취소 가능 기간을 늘릴 것이냐”면서 행정 편의주의와 권위적 집행의 전형적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기부 집행은 높은 수준의 책임을 요구하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게 기부 신청을 배치한 것도 실수”라며 “결과적으로 국민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혼란을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지난 3월부터 지급 대상, 지급 시기, 금액을 놓고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이 체감하기에 이미 지원금 지급이 늦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부 고위관료들이 '난 기부하겠다'고 하면서 기부 논란도 있었다. 최종적으로 전 국민 지급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기부 기능이 포함된 지원금은 ‘관제 기부’라는 또 다른 우려를 낳았다. 고위 관료와 기업 임원의 선제적 기부 선언으로 사실상 기부를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유례없는 긴급 상황에서 논란 끝에 시행하는 지원금 제도인 만큼 정부는 카드사 자료 처리를 걱정하기 전에 지원금 신청을 애타게 기다려온 국민의 마음을 먼저 헤아렸어야 했다.

최은경 내셔널팀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