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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동지 죽이는 박근혜 비대위

[김진의 시시각각] 동지 죽이는 박근혜 비대위

[중앙일보] 입력 2012.02.06 00:02 / 수정 2012.02.06 00:02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박근혜 비대위가 배도(背道)의 길을 난폭하게 걷고 있다. 이를 보며 많은 이가 박근혜 지도력에 깊은 의문을 갖는다. 집권당 산소호흡기라는 역사적인 비대위 소명은 이미 절반쯤 날아갔다. 당이 총선에서 참패하면 비대위 탓도 크다.

 김종인 위원은 비대위 2인자다. 그는 “나경원 전 의원이 서울시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는 건 정치적으로 어리석은 행위”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이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했기 때문이란다. 이상돈 위원도 가세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되는 MB정부 실세 용퇴론 대상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관여했던 인물들도 포함된다”고 했다. 이는 역사도, 도의도, 현실도 모르는 주장이다.

 서울시에서 패했으니 지역구에 출마해선 안 된다면 대선에서 패하고 국회의원이 된 지도자들은 뭐란 말인가. 1987년 대선서 낙선한 김영삼·김대중·김종필은 이듬해 국회의원이 됐다. 이들이 의원이 되지 않았다면 김영삼·김대중 정권은 없을지 모른다. 2007년 대선서 패한 정동영은 지금 국회의원이 되어 있다. 미국에선 전국적인 국민경선에서 패한 이들이 상·하원 지역선거에서 연거푸 당선된다.

 서울시장 선거는 당이 전폭적으로 지원한 당의 선거였다. 가장 적극적으로 도운 이가 박근혜다. 나경원이 거부당했다는 논리라면 박근혜도 거부당한 것이다. 김종인·이상돈은 무엇보다 동지의식을 진흙탕에 내던지고 있다. 나경원은 ‘1억원 피부관리’라는 모함에 찔려 심장까지 상처를 입었다. 그런 동지를 위로하고 가해자를 응징하지는 못할망정 칼로 상처를 후비고 있다. 당이 오세훈 주민투표에서 진 것도 이런 분열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버리는 동지를 유권자가 지켜주겠는가.

 39세 초선 김세연은 일개 비상대책위원이다. 그런 그가 기자실 마이크를 잡았다. 국민이 보는 앞에서 국정실패 책임자 용퇴를 주장했다. 친이계 핵심 이재오를 겨냥한 것이다. 이 의원은 호남 출신과 민주당 지지자가 많은 서울 은평구에서 영남 출신으로 4선을 기록했다. 지역구민이 마음으로 받아주지 않으면 세울 수 없는 기록이다. 그는 대표적인 서민형이다. 작은 집에는 서재도, 욕조도, 비싼 가구도 없다. 그는 자전거로 골목을 누볐다.
 김세연 의원은 재력가 전직 의원의 아들이자 기업 상속자다. 신고재산이 수백억이다. 그의 아버지는 생전 장학재단 등으로 부산 지역구에 많은 인심을 베풀었다. 2008년 아들이 그곳에서 당선된 건 그런 아버지 덕분이다. 아버지 후광으로 쉽게 금배지를 단 초선이 혈혈단신으로 서울 강북서 4선을 기록한 사람더러 출마하지 말란다. 4년짜리 온실 화초가 16년짜리 광야 잡초더러 그만 죽으란다. 배도(背道)도 이런 배도가 없다.

 이재오는 2008년 박근혜파 공천학살을 주도했다. 이 공천파동이 여권분열의 씨앗이다. 그러니 이재오가 국정실패에 큰 책임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재오는 낙선으로 대가를 치렀고 보궐선거로 부활했다. 최종적으로 그에 대한 심판은 공천심사위에서 객관적인 제도로 정하면 된다. 초선이 함부로 칼을 던질 일이 아니다.

 박근혜 비대위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에 앞서 인간사회 조직의 질서를 난행(亂行)하는 것이다. 김종인은 2억1000만원 뇌물죄로 징역을 살았다. 그와 이상돈은 이 당 저 당 왔다 갔다 했다. 이들이 공격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이재오·나경원은 뇌물로 감옥에 가지도, 당을 옮기지도 않았다. 박근혜는 4년 전 친이계의 ‘인치(人治) 공천’에 치를 떨었다. 그런데 지금 비대위가 ‘인치 보복’을 벌인다.

 박근혜나 비대위원들은 파장이 커지면 ‘개인 의견’이라고 도망간다. 이는 비겁한 것이다. 박근혜는 처음부터 개인 의견은 말하지 못하도록 단속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하니 사주한다는 의심을 사고 단속할 지도력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비대위 하나 통제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나라를 운영하나. 비대위 수준이 이러하니 철학도, 정체성도 없는 2류 당명이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