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파란blog이전(+)됨:약7십만접속/기존_ 자료1(기타)종합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박근혜 대권 가는 길에 놓인 암초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박근혜 대권 가는 길에 놓인 암초

기사입력 2012-07-13 15:31최종수정 2012-07-13 17:17

지난 10일 화려하게 출발한 박근혜 대권 레이스가 초반부터 순탄치 않은 것 같습니다.

먼저 재를 뿌린 것은 정두언 의원의 체포 동의안 부결입니다.

박 전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첫 비상대책위 회의를 열면서 한 말이 바로 '의원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총선에서 승리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승리한 직후 공약을 이행하겠다며 의원 연찬회를 열어 '불체포 특권 포기'를 쇄신안 1호로 채택했습니다.

당시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기현 / 새누리당 원내 수석 부대표(6월7일)
-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에 관한 것입니다. 좀 더 상세히 말하면 수사기관 소환 여부가 있으면 불응하지 않고 출석하겠다. 법원의 체포동의서가 있으면 국회법에 따른 표결을 하겠다. 그리고 방탄국회를 열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입니다."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은 이 약속을 깨버린 꼴이 됐습니다.

약속과 신뢰를 목숨처럼 여기는 박근혜 전 위원장으로서는 적잖이 당황했을 법합니다.

게다가 박 전 위원장은 당시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충북에서 선거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야당이 국회의원 직무를 수행하지 않으면서 무슨 대권을 꿈꾸느냐고 비판하는 대목입니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7월12일)
- "원칙과 소신 강조하는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본회의 참석이 국회의원 원칙과 소신 아닌가. 자기 선거운동, 국회의원 20명 데리고 지방가서 내꿈 이뤄지는 나라 말하는데 자기 꿈이 이뤄지면 뭐하나"

당 안팍에서 비판이 나오자 박근혜 전 위원장은 어제와 오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긴급 의원 총회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첫 마디는 국민에 대한 사과였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
- "그동안 우리 정치권에서 당이 국민께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민생국회가 되겠다고 약속드렸다. 이번 그 약속을 못 지킨 것에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대선 포부를 밝힌 지 사흘만에 국민에게 사과를 할 줄이야 그 누가 알았을까요?

박 전 위원장은 사과와 함께 해법도 제시했습니다.

당사자인 정두언 의원이 스스로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고 검찰에 제발로 찾아가 구속 수사를 받으라는 겁니다.

박 전 위원장의 말을 계속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
- "정두언 의원은 평소에 쇄신을 굉장히 강조해온 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와 관련해 법 논리를 따지거나 국회에서 부결 여부를 넘어 평소 신념답게 앞장서 당당하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정 의원이 평소 강조해온 쇄신 정신하고 맞는다고 본다."

구인장 없이 스스로 구속 수사를 받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논란을 떠나, 정 의원을 상당히 압박하는 발언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박근혜 캠프에는 함구령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홍사덕 선대위원장이 '이 사안에 대해 캠프에 아예 입도 떼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말도 들립니다.

그만큼 박근혜 캠프는 이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합니다.

이한구 원내대표 사퇴론도 오락가락하다 결국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체포 동의안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하려 했을 때 박 전 위원장이 만류했다고 합니다.

친박계내에서도 사퇴 만류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대선까지 내다보고 짠 황우여 대표, 이한구 원내대표, 서병수 사무총장 체제가 무너지면 박근혜 전 위원장의 대선 가는 길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한 걸까요?

민주통합당에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박지원 원내대표를 지원하기 위해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이 있는데 새누리당만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의원총회 전까지도 이한구 원내대표의 사퇴를 반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새누리당은 원내대표진의 사퇴를 받아들였습니다.

물론 임시국회가 끝나고 사퇴하기로 했지만 말입니다.

의원 총회에서는 사퇴를 번복했다간 당이 두번 죽을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체포동의안 안건 상정, 체포동의안 부결, 원내대표단의 사퇴, 그리고 사퇴 번복은 마치 잘짜여진 한편의 '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체포동의안 부결 책임을 민주통합당도 져야 한다', '그래서 원내대표단 사퇴는 철회돼야 한다'는 논리는 다수당으로서, 그리고 불체포 특권 포기를 1호 쇄신안으로 제시했던 새누리당으로서는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원내대표단 사퇴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이었던 셈입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전 위원장의 대권길을 도울 진용을 다시 짜야할 형국에 놓였습니다.

박 전 위원장의 대권길을 막는 것은 또 있습니다.

바로 5.16과 유신체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입니다.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5·16에 관한 평가를 박근혜 전 대표에게 묻는 것은 세종대왕에게 태조 이성계가 나라를 세운 게 역성혁명이냐 군사쿠데타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전 위원장에게 5.16을 군사쿠데타라고 말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어불 성설이라는 뜻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부적절한 비유라며 많은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어제 뉴스 M과 인터뷰한 인명진 전 새누리당 윤리위원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인명진 / 새누리당 전 윤리위원장
- "홍사덕 의원이 박근혜 의원에게 5.16을 물어보는 것은 세종대왕에게 태조의 일을 물어보는 것과 같다. 그것은 비유가 안 되는 말이에요. 어떻게 그런 비유가 여기에 해당 될 수가 있습니까? 적어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분은 역사의식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이야기를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무엇이었든지 간에. 저는 이것에 대해서 박근혜 의원이 대답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박근혜 전 위원장으로는 경선을 통과하고 본선 링에 오르면 이 물음에 대답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참으로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을 듯합니다.

박근혜 전 위원장 뿐 아니라 모든 대선주자들이 역시 대선 가는 길에 놓인 암초를 때로는 넘어가고, 때로는 피해가야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겠죠.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